이야기 · 어웨이크닝
고속도로가 나의 화선지가 되었다
5번 국도에서 발견한 한 폭의 산수
로스앤젤레스의 5번 국도. 매일 오가던 그 길이, 어느 날 문득 한 폭의 산수화로 보였습니다.
먹이 빠르게 튀어 길을 그리고, 부드러운 금빛과 황토빛이 캘리포니아의 오후 햇살을 붙듭니다. 그림의 왼쪽 아래에는 낙관과 함께 화제(畵題)를 적었습니다. 그림 위에 시를 적는 문인화의 전통을, 저는 고속도로에 옮겨 온 셈입니다.
고속도로가 나의 화선지가 되었다. 그 모양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실어 나른 것 때문에.
이 연작에서 5번 국도는 문인 산수의 중심 획이 됩니다. 창백한 노랑과 흐린 장미빛 위로 검은 대각선 하나가 가로지르고, 양편의 산과 나무는 먹물로 조용히 물러앉습니다. 그림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주장을 합니다. 인터스테이트 5는 형식적으로 한국 산수 속의 강이며, 나의 출퇴근은 사실 두루마리 위의 명상이었다고.
낯선 땅에서 그리는 법
저는 붓과 먹, 그리고 조상의 이야기를 안고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낯선 땅의 풍경을 익숙한 언어로 그리는 일 — 그것이 이민자인 제게는 하나의 안착이었습니다. 눈앞의 캘리포니아를, 제가 배운 붓으로 받아들이는 일이었지요.
수업에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사는 곳이 곧 여러분의 산수입니다. 한국의 옛 산을 그리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창밖의 언덕, 매일 지나는 길 — 그것을 먹으로 바라보면, 그곳이 곧 그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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