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 나전 기법

자개와 밤하늘

공예의 빛을 회화로 옮기다
오승연 작 〈심연의 울림〉
오승연 작 〈심연의 울림〉

한밤의 하늘 아래, 흰 수탉 한 마리가 눈 덮인 들판에 서 있습니다. 그 몸은 자개 — 나전칠기(螺鈿漆器)의 자개 — 로 이루어져,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을 바꿉니다. 수탉은 날개 같은 팔로 분홍 매화 가지를 안고, 눈을 감은 채 깊은 감정에 잠겨 있습니다.

문인의 매화를, 민화의 닭이 안고 있습니다.

공예와 회화의 만남

나전칠기는 본래 그림이 아니라 공예입니다.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 옻칠 위에 박아 넣는, 한국의 오랜 전통 기술이지요. 저는 그 공예의 빛을 회화의 표면으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진주빛 조각들이 밤하늘 아래에서 스스로 빛을 내도록.

이 그림은 제 작업 전체가 하는 일을 가장 맑게 보여 줍니다. 소박한 민화의 닭이, 문인화의 상징인 매화 — 사군자의 하나 — 를 두 팔로 안는 것. 낮은 것과 높은 것, 공예와 회화, 민화와 문인화가 한 몸에서 만나는 순간입니다.

빛을 재료로 쓰기

자개의 아름다움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빛이 흐를 때마다 색이 달라집니다. 저는 그 변화가 곧 음악과 닮았다고 느낍니다.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늘 흐르는 것. 제 '비주얼 뮤직'의 또 다른 얼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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